누군가에게 “보라색이 참 잘 어울리세요”라는 말을 건네거나 들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는 단순히 ‘오늘 입은 옷 색깔이 예쁘다’는 칭찬과는 조금 다른,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 마치 그 사람의 눈빛, 분위기, 내면의 깊이까지 통째로 읽어낸 듯한 섬세한 찬사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수많은 색깔 중에서 보라색, 즉 바이올렛은 가장 양면적이고 신비로운 색입니다. 뜨거운 열정의 빨강과 차가운 이성의 파랑이 만나 탄생한 색이기에, 그 어떤 색보다 복합적인 매력을 품고 있지요. 그래서일까요? 바이올렛은 옷이나 머리카락 색처럼 단순히 피부에 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영혼과 기질에 스며드는 색처럼 느껴집니다. 오늘은 과연 어떤 사람들이 이 신비로운 바이올렛 색과 닮아 있는지, 그 세 가지 특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바이올렛아줌마, 권오훈 작가

피부 톤을 넘어, 그 사람의 분위기를 말해주는 색

물론 바이올렛은 ‘쿨톤’ 피부에 잘 어울리는 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어울림’은 단순히 퍼스널 컬러 진단표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바이올렛이 진짜 어울리는 사람은, 그 사람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사람입니다. 활기차고 명랑한 노란색이나 싱그러운 연두색과는 다른, 차분하고 사려 깊은 아우라를 풍기는 사람이죠.

마치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오래된 서재나,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고즈넉한 공간처럼 사람을 끌어당기는 깊이감이 있는 분들입니다. 이들은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존재만으로 공간을 채우고, 가만히 있어도 타인의 시선을 머물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이올렛은 바로 그런 사람의 깊은 분위기와 만났을 때 비로소 그 본연의 신비로운 색감을 온전히 발현합니다.

따뜻한 공감과 차가운 지성을 오가는 사람

앞서 말씀드렸듯 바이올렛은 뜨거운 빨강과 차가운 파랑의 결합입니다. 바이올렛이 어울리는 사람 역시 이 두 가지 상반된 기질을 조화롭게 품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따뜻한 공감 능력’과 ‘차가운 지성’입니다.

이들은 누군가의 아픔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며 함께 눈물 흘릴 줄 아는 따뜻한 심장(빨강)을 가졌습니다.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깊은 공감 능력은 이들 주변에 자연스레 사람들을 모이게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감정에만 휩쓸리지 않고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날카로운 통찰력과 지혜(파랑)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소연을 늘어놓는 친구의 이야기를 몇 시간이고 들어주다가도, 핵심을 찌르는 단 한마디의 질문으로 친구가 스스로 길을 찾게 돕는 사람이 바로 이런 유형입니다. 감성과 이성의 균형 잡힌 조화, 이것이 바이올렛이 가진 가장 큰 매력과 닮아있습니다.

자신의 상처를 빛나는 별로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

예로부터 바이올렛은 왕족과 귀족의 색으로 ‘고귀함’과 ‘위엄’을 상징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멍이나 상처를 떠올리게 하는 색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이올렛이 어울리는 사람의 고귀함은 상처 하나 없는 온실 속 화초의 것이 아니라, 시련과 상처를 스스로 이겨내고 얻은 ‘내면의 위엄’이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겪었던 아픔과 그늘을 외면하거나 숨기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자신만의 특별한 이야기와 지혜로 승화시킨 사람. 그 깊은 상처를 타인을 이해하는 자양분으로 삼고,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자신만의 자산으로 만들어낸 사람. 그런 사람에게서 풍기는 아우라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보적인 바이올렛 색을 띱니다. 상처를 겪어봤기에 더 단단해지고, 아파봤기에 더 깊어진 사람의 위엄이야말로 바이올렛이 표현하고자 하는 진정한 아름다움일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유독 보라색에 마음이 끌린다면, 혹은 누군가로부터 보라색이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면, 어쩌면 당신의 내면에 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기질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거울 앞에서 당신만의 바이올렛을 발견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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