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발치에 소담히 피어난 작은 보라색 꽃 앞에서 걸음을 멈춰본 적 있으신가요? 혹은 화병에 꽂힌 우아한 보랏빛 꽃다발에서 쉬이 시선을 떼지 못한 경험은 없으신지요. 세상의 수많은 색깔 중에서도 보라색은 유독 신비롭고 깊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합니다. 화려하면서도 고고하고, 슬픔을 머금은 듯하면서도 위엄을 잃지 않는 그 독특한 깊이감 때문일 것입니다.
‘바이올렛 스토리‘라는 이름으로 당신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여정에, 오늘은 우리와 이름이 같은 ‘바이올렛’ 꽃들을 비롯한 여러 보랏빛 꽃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고자 합니다. 그저 아름다운 식물이 아니라, 저마다의 향기와 모양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존재들의 속삭임을 함께 들어보시겠어요?

가장 먼저 만나볼 꽃은 작고 겸손한 아름다움의 대명사, 제비꽃(Violet)입니다. 봄이면 양지바른 길가나 화단 구석에 수줍은 듯 피어나는 이 꽃의 꽃말은 ‘성실’과 ‘진실한 사랑’입니다. 화려한 장미나 백합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지만,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해마다 어김없이 꽃을 피워내는 그 성실함. 어쩌면 이 모습이 이름 없이 ‘아내’와 ‘엄마’의 자리에서 가족을 위해 헌신해 온 우리의 시간과 가장 닮아있지 않을까요?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묵묵히 사랑을 실천해 온 그 모든 순간들이 바로 제비꽃처럼 진실하고 성실한 아름다움이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보랏빛 향기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이름, 바로 라벤더입니다. 드넓은 보랏빛 밭을 이루며 바람에 흔들리는 라벤더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줍니다. 라벤더의 꽃말은 ‘침묵’ 그리고 ‘기대’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두 단어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소란스러운 세상의 소리로부터 잠시 벗어나 고요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침묵’의 시간.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잊고 있던 나만의 꿈과 가능성을 발견하고, 앞으로의 날들을 ‘기대’할 힘을 얻게 됩니다. 라벤더의 깊은 향이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처럼, 때로는 스스로에게 고요한 침묵의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 내일을 향한 가장 큰 응원이 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화려하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리시안셔스는 ‘변치 않는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꽃말을 가졌습니다. 여러 겹의 꽃잎이 부드럽게 포개진 모습은 마치 잘 차려입은 드레스를 연상시킵니다. 이 꽃은 사랑하는 연인뿐 아니라, 오랜 시간 곁을 지켜준 가족과 친구,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선물하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수많은 역할 속에서 변치 않는 마음으로 자리를 지켜온 나에게, “그동안 애썼어, 너의 아름다움은 그대로야”라고 말을 건네는 것입니다. 리시안셔스의 우아함은 우리 안에 잠재된 본연의 아름다운 영혼을 일깨워 줍니다.

마지막으로, 종 모양의 꽃송이가 사랑스러운 캄파눌라(초롱꽃)를 소개합니다. ‘따뜻한 감사’와 ‘변치 않는 마음’이라는 꽃말처럼, 캄파눌라는 마치 우리 삶의 기쁜 순간마다 울리는 축복의 종소리 같습니다. 이 꽃을 바라보며 우리가 거쳐온 모든 경험에 따뜻한 감사의 마음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요? 기쁨과 슬픔, 환희와 고난이 뒤섞인 그 모든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었음을, 그 모든 경험은 나를 단단하게 만든 소중한 자산이었음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저마다의 자리에서 다른 모양과 향기로 피어나는 보랏빛 꽃들은 모두 ‘바이올렛’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당신의 성실함이, 고요한 기다림이, 변치 않는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말입니다.
오늘, 당신의 마음을 가장 닮은 보랏빛 꽃은 무엇인가요? 이제 그 꽃의 이름을 부르며, 당신 안에 숨겨져 있던 찬란한 보랏빛 향기를 세상에 피워낼 시간입니다.